테마 선택

📚 지식 노트

AI·하드웨어·주변기기·게임·컴퓨터 시스템·이론 컴퓨터 과학·수학·개발과 운영·보안·응용 분야에 대해 알아 두면 좋은 내용을 정리한 노트다. 위에서 분야를 고르고 아래에서 노트를 고른다.

게임 디자인 이론

게임을 경험·감정·선택·규칙의 언어로 설명하는 이론과 대표 책이다.

목차 (14)
  1. 게임이란 무엇인가: 마법의 원과 의미 있는 플레이
  2. 경험을 만드는 기계: 실베스터의 Designing Games
  3. MDA: 디자이너와 플레이어는 반대 방향에서 본다
  4. 재미는 배움이다: 코스터의 A Theory of Fun
  5. 렌즈로 묻기: 셸의 The Art of Game Design
  6. 형식 요소와 극적 요소: 풀러턴의 게임 해부
  7. 테마: 모든 요소가 같은 경험을 가리키게
  8. 장소와 플랫폼: 어디서, 누구와, 얼마나 하는 게임인가
  9. 흥미로운 선택: 시드 마이어
  10. 불확실성: 결과를 모르기 때문에 한다
  11. 우아함과 깊이: 규칙은 적게, 가능성은 많이
  12. 실력: 어떤 실력을, 얼마나 넓게 시험하나
  13. 루프와 아크: 무엇이 반복되고 무엇이 한 번뿐인가
  14. 창발과 진행: 열린 게임과 닫힌 게임

게임이란 무엇인가: 마법의 원과 의미 있는 플레이

게임 디자인 책은 대개 정의에서 시작하지만, 정의가 하나로 합의된 적은 없다. 그래도 몇몇 개념은 학계를 넘어 실무 대화에서 그대로 쓰인다. 케이티 살렌(Katie Salen)과 에릭 짐머만(Eric Zimmerman)의 『Rules of Play』(2003)는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가 『호모 루덴스』에서 쓴 표현을 빌려 마법의 원(magic circle)이라는 말을 널리 퍼뜨렸다. 놀이를 시작하면 일상과 다른 규칙이 통하는 경계가 생기고, 그 안에서는 “공을 손으로 잡으면 안 된다” 같은 임의의 약속이 진지한 의미를 얻는다는 생각이다.

같은 책의 중심 개념은 의미 있는 플레이(meaningful play)다. 플레이어의 행동과 시스템의 결과 사이 관계가 플레이어 눈에 알아볼 수 있게 드러나고(discernable), 그 결과가 게임의 더 큰 흐름에 엮여 있을 때(integrated) 행동이 의미를 얻는다. 버튼을 눌렀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면 앞의 조건이 깨지고, 무슨 일이 일어났지만 나중에 아무 상관이 없으면 뒤의 조건이 깨진다. 피드백(feedback)과 결과의 지속성을 따지는 대부분의 디자인 조언이 이 두 조건으로 돌아온다.

이 노트에 나오는 이론들은 출발점이 달라도 한 가지 문제를 공유한다. 디자이너가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은 규칙과 콘텐츠뿐이고, 재미나 긴장 같은 경험은 플레이어 안에서 생긴다. 디자인은 늘 간접적이다. 이론은 그 간접성을 건너는 다리를 놓는 도구라고 보면 된다. 플레이어 쪽에서 본 이야기는 플레이어 심리 노트에, 이론을 만든 사람들의 생각은 디자이너의 생각 노트에 따로 모았다.

경험을 만드는 기계: 실베스터의 Designing Games

타이난 실베스터(Tynan Sylvester)는 RimWorld를 만든 디자이너이고, 그가 쓴 책은 2013년 O'Reilly에서 나온 『Designing Games: A Guide to Engineering Experiences』 한 권이다. 그 밖에는 블로그 글과 강연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이 책을 “무엇을 하라”는 처방이 아니라, 결정마다 걸린 맞바꿈(tradeoff)을 따져 볼 개념을 주는 책이라고 소개한다.

부분다루는 것
기초게임은 경험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다. 사람에게 의미 있는 사건이 감정을 낳고, 그래픽과 소리가 그 위에 허구의 층을 씌운다
디자인 기술우아한 해법 찾기, 쉽게 들어오면서도 깊은 게임 만들기, 보상의 일정, 멀티플레이, 상호작용으로 이야기하기
과정얼마나 멀리 계획할지 정하기, 생산적으로 반복하기, 팀으로 결정하기, 동기 유지하기

책 전체에 흐르는 생각은 숫자 자체에는 감정이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체력이 30 줄어드는 일은 그것이 생존, 동료, 자존심 같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무엇과 이어질 때만 긴장을 낳는다. 그가 블로그에 쓴 「The Simulation Dream」(2013)은 같은 생각을 시뮬레이션에 적용한다. 게임의 가치는 코드가 아니라 플레이어 머릿속에 생기는 모델에 있으므로, 플레이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정교한 시스템은 없는 것과 같다. 반대로 단순한 행동만 보여 줘도 사람은 거기서 의도와 성격을 읽어 낸다(아포페니아, apophenia). 시스템을 어디까지 복잡하게 만들지는 시스템 디자인 노트와 이어진다.

MDA: 디자이너와 플레이어는 반대 방향에서 본다

로빈 휴니키(Robin Hunicke), 마크 르블랑(Marc LeBlanc), 로버트 주벡(Robert Zubek)의 논문 「MDA: A Formal Approach to Game Design and Game Research」(2004)는 게임을 세 층으로 나눈다. 메커닉스(mechanics)는 규칙과 데이터, 알고리즘이다. 메커닉스가 플레이어 입력과 만나 실행되면 다이내믹스(dynamics), 곧 실제 플레이 중의 행동과 흐름이 생긴다. 그 결과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정이 미학(aesthetics)이다.

MDA의 세 층: 메커닉스가 다이내믹스를, 다이내믹스가 미학을 낳는다. 디자이너는 메커닉스부터 만들어 미학에 닿고, 플레이어는 미학부터 느끼고 메커닉스는 마지막에 알아차린다디자이너가 만드는 순서: 규칙에서 감정으로메커닉스Mechanics규칙·데이터·코드다이내믹스Dynamics실행 중 생기는 행동미학Aesthetics플레이어가 느끼는 감정플레이어가 겪는 순서: 감정에서 규칙으로
디자이너는 규칙(메커닉스)을 고쳐 감정(미학)에 닿으려 하고, 플레이어는 감정부터 느낀 뒤 규칙은 마지막에야 알아차린다. 규칙 하나를 바꿀 때는 그것이 어떤 행동과 감정으로 번지는지 끝까지 따라가 봐야 한다.

이 틀의 쓸모는 방향에 있다. 디자이너는 규칙에서 출발하지만 플레이어는 감정에서 들어온다. “상대를 쓰러뜨리면 장비를 떨어뜨린다”는 규칙 한 줄이 실제로는 시체 주변의 눈치 싸움(다이내믹스)과 긴장·탐욕(미학)으로 번진다. 원하는 감정을 먼저 정하고, 그 감정을 낳을 행동을 떠올리고, 그 행동이 나오게 할 규칙을 거꾸로 찾는 식으로 생각하라는 것이 논문의 권고다. 논문은 미학을 “재미”라는 막연한 말 대신 여러 갈래로 나눠 부르자고 제안했다.

미학(논문의 분류)뜻
감각(Sensation)보고 듣고 손으로 느끼는 즐거움. 손맛 노트가 다루는 영역이다
상상(Fantasy)다른 존재가 되어 보는 즐거움
서사(Narrative)펼쳐지는 이야기
도전(Challenge)장애물을 넘는 과정
동료애(Fellowship)함께하는 사회적 즐거움
발견(Discovery)모르던 곳·규칙을 알아내기
표현(Expression)자기를 드러내고 무언가를 만들기
소일(Submission)머리를 비우고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

MDA는 짧고 쓰기 쉬워 수업과 기획 회의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틀이 되었다. 한편 “미학”이라는 말이 시각적 아름다움과 헷갈린다는 점, 연출과 이야기처럼 규칙 밖에서 오는 경험을 담기 어렵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어 여러 변형 틀이 뒤따랐다. 분류표는 정답이 아니라 “우리 게임이 노리는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가”를 말로 꺼내게 하는 도구로 쓰는 편이 좋다.

재미는 배움이다: 코스터의 A Theory of Fun

울티마 온라인(Ultima Online)의 리드 디자이너였던 라프 코스터(Raph Koster)의 『A Theory of Fun for Game Design』(2004, 2013년 10주년판)은 재미를 패턴을 익혀 가는 느낌으로 설명한다. 뇌는 끊임없이 패턴을 찾는 기관이고, 게임은 실패해도 다치지 않는 곳에서 패턴을 연습하게 해 준다. 그 연습이 진전될 때 느끼는 것이 재미라는 주장이다. 글보다 그림이 많은 짧은 책이라 입문서로 자주 권해진다.

이 관점의 실용적인 결론은 다 배운 게임은 지루해진다는 것이다. 틱택토는 어른이 되면 하지 않는다. 최선의 수를 다 알아 버려 더 배울 패턴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 사랑받는 게임에는 패턴이 쉽게 바닥나지 않게 하는 장치가 있다. 사람 상대처럼 매번 다르게 반응하는 요소, 조합이 폭발하는 규칙, 새 규칙을 조금씩 더하는 레벨 구성이 그 예다. 이 생각은 도전과 실력의 균형을 다루는 몰입 이론, 새 요소를 소개하는 순서를 다루는 레벨 디자인 노트와 바로 이어진다.

렌즈로 묻기: 셸의 The Art of Game Design

제시 셸(Jesse Schell)의 『The Art of Game Design: A Book of Lenses』(2008, 이후 개정판)는 이론을 하나 세우는 대신 렌즈(lens) 수백 개 가운데 하나를 골라 대 보게 한다. 렌즈는 디자인을 특정 각도에서 보게 하는 질문 묶음이다. 예컨대 “본질적 경험” 렌즈는 플레이어가 느꼈으면 하는 경험이 무엇이고 그 핵심이 지금 게임에 들어 있는지를 묻고, “놀라움” 렌즈는 무엇이 플레이어를 놀라게 하는지를 묻는다. 셸 역시 경험은 게임 안이 아니라 플레이어 안에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책의 또 다른 뼈대는 게임을 이루는 네 요소(elemental tetrad)다. 넷은 서로를 받치므로 하나를 바꾸면 나머지를 다시 봐야 한다.

요소뜻예
메커닉스(mechanics)목표와 규칙, 가능한 행동점프·체력·승리 조건
이야기(story)펼쳐지는 사건의 흐름짜인 줄거리, 플레이가 만드는 사건
미학(aesthetics)보이고 들리는 모습화풍, 음악, 효과음
기술(technology)게임을 가능하게 하는 매체와 도구엔진, 플랫폼, 보드와 카드

MDA의 “미학”은 감정을, 셸의 “미학”은 겉모습을 가리킨다. 같은 단어가 책마다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것은 게임 디자인 용어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므로, 회의에서는 어느 쪽 뜻인지 먼저 맞추는 것이 좋다.

형식 요소와 극적 요소: 풀러턴의 게임 해부

트레이시 풀러턴(Tracy Fullerton)의 교재 『Game Design Workshop』은 게임의 뼈대를 두 갈래로 나눠 본다. 하나는 그것이 없으면 게임이 성립하지 않는 형식 요소(formal elements)이고, 다른 하나는 플레이어를 그 구조 안으로 감정적으로 끌어들이는 극적 요소(dramatic elements)다. 셸의 네 요소가 “게임을 만드는 재료”를 나눈 것이라면, 풀러턴의 형식 요소는 “규칙이 빠짐없이 갖춰졌는가”를 점검하는 목록에 가깝다.

형식 요소묻는 것예: 체스
플레이어(players)몇 명이, 어떤 관계로 하는가두 사람이 맞선다
목표(objectives)무엇을 이루려 하는가상대 킹을 체크메이트한다
절차(procedures)누가 언제 무엇을 하는가. 행동의 순서와 방법번갈아 한 수씩 둔다
규칙(rules)무엇이 허용되고 금지되는가, 무엇이 무엇을 이기는가말마다 움직이는 방식이 정해져 있다
자원(resources)목표에 쓰이고 모자랄 수 있는 것말, 차례(템포)
갈등(conflict)목표를 쉽게 이루지 못하게 막는 것. 장애물, 상대, 딜레마상대가 같은 판에서 나를 막는다
경계(boundaries)게임이 어디까지인가. 물리적 공간과 약속의 범위64칸 판 위
결과(outcome)어떻게 끝나고, 결과는 끝까지 불확실한가승리, 패배, 무승부

책은 플레이어 요소를 더 쪼개 상호작용 패턴(player interaction patterns)을 일곱 가지로 든다. 혼자서 게임 시스템과 겨루기, 여럿이 각자 시스템과 겨루기, 일대일, 여럿이 한 사람과 겨루는 일방 경쟁, 여럿이 서로 겨루는 다자 경쟁, 협동, 팀 대 팀이다(이 교재로 가르치는 에든버러 네피어 대학의 강의 자료도 같은 일곱을 든다). 같은 규칙도 패턴이 바뀌면 다른 게임이 된다. 멀티플레이에서 패턴이 만드는 문제는 멀티플레이 디자인 노트에 있다.

극적 요소는 도전(challenge), 놀이(play), 전제(premise), 캐릭터(character), 이야기(story)이고, 책은 여기에 세계 구축(world building)과 극적 아크(dramatic arc)를 더해 다룬다. 형식 요소만 갖춘 게임은 돌아가기는 해도 왜 신경 써야 하는지가 없다. 체스의 전제는 두 왕국의 전쟁이고, 말 이름과 생김새가 그 전제를 받친다. 전제가 없었다면 같은 규칙도 훨씬 외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대로 극적 요소를 아무리 쌓아도 형식 요소 하나가 비면 게임이 서지 않는다. 결과가 정해져 있거나, 자원이 넘쳐 고를 일이 없거나, 경계가 모호해 무엇이 반칙인지 모르면 이야기가 그 구멍을 메워 주지 못한다. 규칙의 구멍을 찾는 방법은 기획과 제작 과정 노트에, 요소들이 얽혀 움직이는 시스템은 시스템 디자인 노트에 있다.

테마: 모든 요소가 같은 경험을 가리키게

셸은 『The Art of Game Design』에서 네 요소를 하나로 묶는 것을 테마(theme)라 부른다. 여기서 테마는 소재와 다르다. “해적 게임”은 소재이고, “규칙 밖에서 위험을 걸고 자유롭게 사는 기분”은 테마다. 셸은 가장 힘 있는 테마가 정보나 줄거리가 아니라 경험 그 자체라고 보고, 디자이너가 그 경험을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한다.

테마가 정해지면 할 일은 단순하다. 메커닉스, 이야기, 미학, 기술 각각이 그 경험을 강하게 하는지 약하게 하는지 하나씩 묻는다. 셸은 이것을 통일(unification) 렌즈로 묶었다.

요소테마를 받칠 때테마를 깎을 때
메커닉스공포 게임에서 탄약이 늘 모자라 싸울지 도망칠지 고민한다탄약이 넘쳐 모든 괴물을 쓸어 버릴 수 있다
미학좁은 시야, 멀리서 들리는 정체 모를 소리밝고 넓은 방, 경쾌한 효과음
이야기왜 혼자인지, 왜 도망칠 수 없는지 설명한다동료가 늘 곁에서 농담을 한다
기술패드 진동이 심장 박동처럼 울린다로딩이 잦아 긴장이 끊긴다

셸이 함께 드는 또 하나의 기준은 울림(resonance)이다. 플레이어가 이미 마음 깊이 품고 있는 무언가, 예컨대 자유, 소속, 성장, 상실 같은 것에 닿는 테마는 같은 규칙도 훨씬 크게 느끼게 한다. 셸은 울림을 억지로 만들기보다 만들다가 유난히 힘이 실리는 부분을 알아보고 그쪽으로 게임을 모아 가라고 조언한다.

테마는 기획과 제작 과정 노트의 디자인 기둥과 짝을 이룬다. 테마가 “무엇을 느끼게 할까” 한 줄이라면, 기둥은 그 경험을 지키기 위한 실무 기준 몇 개다. 규칙과 이야기가 서로 다른 경험을 가리킬 때 생기는 문제는 내러티브 디자인 노트의 루도내러티브 부조화 절에 있다.

장소와 플랫폼: 어디서, 누구와, 얼마나 하는 게임인가

셸은 경험이 늘 어떤 장소(venue)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따로 한 장으로 다룬다. 같은 게임도 혼자 책상 앞에서 할 때와 친구들과 소파에 앉아 할 때는 다른 경험이다. 그는 장소를 세 무리, 아홉 원형으로 나눈다(셸이 직접 쓴 2019년 발표 자료에도 같은 아홉이 나온다). 집 안의 사적인 장소인 난롯가(hearth), 작업대(workbench), 독서 구석(reading nook), 밖의 공적인 장소인 극장(theater), 경기장(arena), 박물관(museum), 그리고 그 사이의 게임 탁자(gaming table), 놀이터(playground), 어디서나(anywhere)다. 플랫폼은 이 장소를 정하는 가장 큰 결정이다. 아래 표는 그 생각을 요즘의 흔한 장소에 대 본 것이다.

장소한 번에 하는 시간입력과 화면함께하는 사람
거실 TV 앞 소파저녁 한두 시간패드, 멀리 있는 큰 화면이라 글자를 크게같은 화면을 보는 가족·친구.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도 관객이다
PC 책상길고 집중된 시간키보드·마우스, 가까운 화면에 많은 정보대개 혼자, 또는 음성 채팅으로 멀리 있는 친구
버스 안 휴대폰몇 분, 언제든 끊긴다한 손 터치, 소리를 끈 상태를 가정주변은 남이다. 사회성은 비동기로 온다
오락실한 판 몇 분, 동전 단위전용 조작 장치, 지나가는 사람에게 보이는 화면뒤에서 구경하는 낯선 사람,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
VR 방짧게. 몸이 지치고 멀미가 날 수 있다손과 몸 전체, 실제 방의 크기가 한계머리에 쓴 사람은 혼자 고립되고, 밖의 사람은 화면 없이 지켜본다
보드게임 탁자한 판 단위로 저녁 내내손으로 만지는 구성물, 모두가 같은 판을 본다마주 앉은 사람들. 대화와 표정이 게임의 일부다
  • 세션 길이가 구조를 정한다: 언제든 끊기는 장소라면 몇 분 안에 의미 있는 단위가 끝나고, 어디서 멈춰도 저장되어야 한다. 긴 저녁을 노리는 게임은 반대로 깊이 들어갈 시간을 믿고 설계한다.
  • 입력은 손과 자세에서 온다: 소파에서 패드를 쥔 사람에게 마우스 정밀도를 요구할 수 없고, 서서 휴대폰을 든 사람에게 두 손을 요구하기 어렵다. 화면과의 거리는 글자 크기와 정보량을 정한다(난이도·접근성·UX 노트).
  • 구경꾼도 설계 대상이다: 오락실 게임은 지나가는 사람의 눈을 끌어야 동전이 들어오고, 거실 게임은 패드를 쥐지 않은 사람도 즐겁게 볼 수 있으면 더 오래 켜져 있다.
  • 장소를 바꾸는 플랫폼: 닌텐도 스위치는 TV와 휴대 모드를 오가고 컨트롤러를 둘로 나눠 그 자리에서 2인 플레이를 하게 했다. 포켓몬 GO는 거리와 공원 자체를 게임판으로 삼았다. 이런 게임은 장소가 바뀌는 순간까지 설계에 넣어야 한다.

여럿이 함께하는 장소에서 생기는 사회적 문제는 멀티플레이 디자인 노트에, 테이블 위의 게임은 보드게임·시리어스 게임·비즈니스 노트에 있다.

흥미로운 선택: 시드 마이어

문명(Civilization) 시리즈의 시드 마이어(Sid Meier)는 오래전부터 게임을 “a series of interesting decisions”, 곧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으로 보자고 말해 왔다. 이 말이 하도 많이 인용되자 그는 GDC 2012 강연 「Interesting Decisions」에서 무엇이 선택을 흥미롭게 하는지를 직접 풀었다(강연 정리 기사). 그는 흥미롭지 않은 선택부터 보면 쉽다고 했다.

흥미롭지 않은 선택흥미로운 선택의 성질
늘 같은 답이 맞다(세 개 중 언제나 첫 번째)맞바꿈이 있다. 큰 칼은 비싸고, 빠른 차는 다루기 어렵다
정보가 없어 사실상 무작위로 고른다상황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같은 방어 유닛도 지금 판세에 따라 값어치가 다르다
골라도 결과가 금방 사라진다결과가 한동안 남아 이후 판을 바꾼다
누구에게나 같은 답이다플레이 스타일을 드러낸다. 신중한 사람과 공격적인 사람이 다르게 고른다

강연이 든 대표 유형은 위험과 보상(risk vs. reward), 단기와 장기(오래 걸리지만 오래 가는 불가사의 대 금방 나오는 전차)다. 선택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손잡이로는 선택의 무게, 주어지는 정보의 양, 생각할 시간, 선택지의 수를 꼽았다. 복잡한 선택이 쉴 새 없이 몰려오면 통제를 잃은 느낌이 들고, 단순한 선택이 느리게 오면 지루하다. 또 플레이어가 선택지를 이해하도록 정보는 모자란 쪽보다 넘치는 쪽이 낫고, 선택한 뒤 소리나 글로 반응해 주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최악이라고 했다. 아이디어의 3분의 1 이상은 재미가 없어서 결국 빠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불확실성: 결과를 모르기 때문에 한다

그레그 코스티키언(Greg Costikyan)은 1994년 에세이 「I Have No Words & I Must Design」으로 게임을 이루는 요소를 정리하려 한 초기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이고(경력), 2013년 MIT Press에서 낸 『Uncertainty in Games』에서는 불확실성을 게임의 핵심 재료로 놓았다. 결과가 정해져 있으면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불확실성은 주사위에서만 오지 않는다.

불확실성의 원천(책이 드는 것 가운데 일부)예
수행(performative): 내 손이 해낼지 모른다액션·리듬 게임의 정확한 입력
풀이(solver's):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퍼즐 게임
상대(player unpredictability): 상대가 무엇을 할지 모른다체스, 대전 게임, 포커의 심리전
무작위(randomness)주사위, 카드 섞기, 드롭 확률
분석의 복잡도(analytic complexity): 따질 수는 있지만 다 따질 수 없다바둑과 체스의 깊은 수읽기
숨은 정보(hidden information)전장의 안개, 손에 든 카드

체스에는 난수가 하나도 없지만 결과는 끝까지 알 수 없다. 반대로 무작위가 크면 결과는 몰라도 실력이 의미를 잃는다. 어떤 원천을 얼마나 섞을지가 장르의 성격을 정한다. 난수를 “덜 랜덤하게” 다듬는 구현 기법은 손맛 노트의 난수 절에, 퍼즐의 불확실성은 퍼즐 디자인 노트에 있다.

우아함과 깊이: 규칙은 적게, 가능성은 많이

디자이너들이 칭찬할 때 가장 자주 쓰는 말이 우아함(elegance)이다. 실베스터는 이를 단순한 규칙이 풍부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성질로 설명한다. 바둑은 규칙 몇 줄로 수천 년 동안 연구할 거리를 낳았다. 비슷한 짝으로 복잡도(complexity)와 깊이(depth)를 구분하면 판단이 쉬워진다. 복잡도는 플레이어가 배워야 할 양이고, 깊이는 다 배운 뒤에도 계속 새로 배울 수 있는 양이다. 좋은 규칙은 복잡도를 조금 더하고 깊이를 많이 더한다.

  • 새 규칙은 기존 규칙과 몇 갈래로 엮이는가: 혼자 노는 규칙은 배울 것만 늘린다. 이미 있는 요소들과 상호작용하는 규칙은 조합을 곱으로 늘린다.
  • 겹치는 것은 합친다: 하는 일이 비슷한 무기 둘, 효과가 비슷한 버프 둘은 플레이어에게 구분 비용만 남긴다.
  • 상황이 답을 바꾸는가: 언제나 최선인 선택이 생기면 다른 선택지는 사실상 사라진다. 마이어의 “늘 같은 답” 문제와 같다.

심시티의 윌 라이트(Will Wright)가 즐겨 쓴 가능성 공간(possibility space)이라는 말도 같은 방향이다. 단순한 규칙이 조합되어 플레이어가 탐색할 수 있는 상태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게임은 오래 간다. 라이트의 생각은 디자이너의 생각 노트에 있다.

실력: 어떤 실력을, 얼마나 넓게 시험하나

실베스터의 『Designing Games』는 우아함 바로 다음 장을 실력(skill)에 쓴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무언가를 잘하라고 요구하고, 그 무언가가 무엇이냐가 게임의 성격을 정한다. 설계할 때는 두 가지를 따로 묻는다. 어떤 종류의 실력을 시험하는가, 그리고 서툰 사람과 능숙한 사람 모두에게 시험이 되는가.

실력의 종류시험하는 것예
손의 실력조준, 타이밍, 정확한 입력리듬 게임, 격투 게임의 콤보, 슈터의 에임
머리의 실력계획, 계산, 자원 배분, 수 읽기전략 게임, 덱빌딩, 퍼즐
읽는 실력상대의 의도와 습관을 짐작하기격투 게임의 심리전, 포커, 대전 슈터의 위치 싸움
아는 실력맵, 적의 패턴, 아이템 조합을 기억하기로그라이크의 시너지, 소울라이크의 보스 패턴
  • 바닥과 천장: 실력의 바닥(skill floor)은 처음 해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높이이고, 천장(skill ceiling)은 그 위로 얼마나 더 늘 수 있는가이다. 바닥이 높으면 시작에서 떨어져 나가고, 천장이 낮으면 금방 질린다.
  • 실력의 폭을 넓히는 장치: 같은 판에서 서툰 사람은 끝까지 가는 것을, 능숙한 사람은 더 빨리·더 깔끔하게 가는 것을 목표로 삼게 하면 한 설계가 넓은 실력 범위를 받아 낸다. 선택 수집품, 등급, 기록, 어려운 곁길이 그런 장치다.
  • 실력과 운의 비율: 실력이 결과를 얼마나 정하는지는 앞의 불확실성 절과 맞물린다. 운이 클수록 초보도 이길 수 있지만 연습의 보람은 줄어든다.

난이도를 사람마다 맞추는 구체적인 방법은 난이도·접근성·UX 노트에, 손의 실력이 조작감과 만나는 부분은 조작감 노트에 있다.

루프와 아크: 무엇이 반복되고 무엇이 한 번뿐인가

기획 문서에서 가장 먼저 그리는 그림은 대개 코어 루프(core loop)다. 플레이어가 몇 초에서 몇 분 단위로 되풀이하는 행동의 고리로, 예를 들어 탐험하고, 자원을 모으고, 장비를 만들고, 더 위험한 곳으로 가는 식이다. 대니얼 쿡(Daniel Cook)은 블로그 글 「Loops and Arcs」(2012)에서 이를 루프와 아크로 나눠 설명했다.

  • 루프(loop): 플레이어가 머릿속 모델에 따라 행동하고, 시스템이 반응하고, 그 반응으로 모델을 고치는 고리다. 되풀이하며 실력이 는다. 대전 전략 게임의 운영이 대표적이다.
  • 아크(arc): 한 번 지나가며 정보를 전하는 경험이다. 컷신, 짜인 이야기, 처음 보는 레벨이 그렇다. 쿡은 아크를 “바로 빠져나오는 끊어진 루프”라고 불렀다. 내용을 한 번 전하고 나면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대부분의 게임은 둘을 섞는다. 컷신과 플레이가 번갈아 나오는 구성, 같은 조작을 레벨마다 다른 상황에 놓는 구성이 그 예다. 쿡이 권하는 질문은 단순하다. “무엇이 반복되고 무엇이 반복되지 않는가?” 오래 할 게임이라면 가치를 계속 만들어 내는 루프를 찾아 다듬어야 하고, 아크는 그 루프에 맥락과 변화를 더하는 역할을 맡는다. 쿡의 다른 글 「The Chemistry of Game Design」(2007)은 루프를 더 작은 학습 단위(skill atom)로 쪼개 분석하는 방법을 다룬다.

코어 루프 바깥에는 더 긴 고리가 겹친다. 한 판이나 한 번 켜서 끄기까지의 고리, 그리고 판을 넘어 쌓이는 해금·성장·수집의 고리다. 이 맨 바깥 고리를 흔히 메타 게임(meta game), 쌓이는 성장을 메타 진행이라 부른다. 로그라이트의 두 고리가 대표적이다(장르 노트). 헷갈리는 것은 경쟁 게임의 메타다. 이쪽은 지금 어떤 전략·캐릭터·덱이 강한지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공통 인식으로, 디자이너가 짓는 고리가 아니라 커뮤니티가 만든다(멀티플레이 디자인 노트). 선택지가 하나로 쏠려 "메타가 굳는" 이유는 시스템 디자인 노트의 지배 전략 절에 있다.

창발과 진행: 열린 게임과 닫힌 게임

예스퍼 율(Jesper Juul)은 「The Open and the Closed: Games of Emergence and Games of Progression」(2002)에서 게임 구조를 둘로 나눴다. 창발(emergence)은 단순한 규칙이 조합되어 판마다 다른 변화를 낳는 구조이고, 진행(progression)은 디자이너가 정해 둔 도전을 차례로 내놓고 그 풀이도 디자이너가 정한 구조다.

창발진행
무엇이 정해져 있나규칙도전의 순서와 풀이
대표 예카드·보드 게임, 대부분의 액션·전략 게임어드벤처 게임, 짜인 퀘스트
도움 자료전략 가이드공략(walkthrough)
역사율이 “원초적” 구조라 부른 것. 전자 게임 이전의 놀이는 거의 다 이쪽이다역사적으로 더 새롭고, 어드벤처 장르를 통해 컴퓨터 게임에 들어왔다

“전략 가이드가 나오는가, 공략이 나오는가”라는 율의 구분법은 지금도 쓸 만하다. 현대 게임은 대개 둘을 섞는다. 열린 전투 시스템(창발) 위에 정해진 이야기와 레벨(진행)을 얹는 식이다. 율은 이후 『Half-Real』(2005, 책 사이트)에서 게임을 실제로 작동하는 규칙과 상상 속 허구 세계가 겹친 “반쯤 실재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진행 구조로 이야기를 다루는 방법은 서사 노트에, 장르별 구조는 장르 노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