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밸런스·경제
되먹임 고리, 수치 밸런스, 자원의 들어오고 나감, 성장 곡선을 설계하는 방법이다.
목차 (8)
되먹임 고리: 앞선 쪽을 밀어 줄까, 붙잡을까
게임 시스템은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는 고리로 가득하다. 이기면 자원이 생기고, 자원이 있으면 또 이기기 쉽다. 이 고리를 되먹임 고리(feedback loop)라고 부르고, 방향에 따라 둘로 나눈다. 게임 디자인에서 이 틀을 널리 퍼뜨린 사람은 마크 르블랑(Marc LeBlanc)이다. 그는 1999년 GDC 강연에서 경쟁 게임의 극적 구조를 되먹임으로 설명했고, 뒤에 MDA 프레임워크(게임 디자인 이론 노트)를 함께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앞선 쪽이 더 앞서게 만든다. 모노폴리에서 땅을 많이 가진 사람이 통행료로 돈을 더 벌어 땅을 더 사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판을 빨리 끝내고 초반 우위를 키운다. 너무 세면 승부가 일찍 정해지고 나머지 시간은 확인 절차가 된다. 흔히 스노볼링(snowballing)이라 부른다.
- 음의 되먹임(negative feedback): 앞선 쪽을 붙잡고 뒤처진 쪽을 돕는다. 마리오 카트는 순위가 낮을수록 강한 아이템이 잘 나오고, 선두만 노리는 파란 등껍질이 있다. 판을 길게 끌고 역전을 가능하게 한다. 너무 세면 앞서려는 노력이 헛되게 느껴진다. 레이싱 게임에서 뒤처진 AI 차가 빨라지는 보정은 러버밴딩(rubber banding)이라 부른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보통 양의 되먹임으로 판이 끝을 향해 달리게 하고, 음의 되먹임으로 뒤처진 쪽에게 기회를 남긴다. 르블랑이 든 예가 이 감각을 잘 보여 준다. 레이싱 게임의 차 뒤에 총을 달면 앞선 차가 뒤차를 쏘게 되어 양의 되먹임이 되고, 앞에 달면 뒤차가 앞차를 쏘게 되어 음의 되먹임이 된다. 규칙 한 줄의 위치가 판의 성격을 바꾼다.
체감도 중요하다. 같은 음의 되먹임이라도 대놓고 보이면 앞선 사람은 벌을 받는다고 느낀다. 그래서 역전 장치는 뒤처진 쪽에게 기회를 주는 모양(더 좋은 아이템)이 앞선 쪽을 깎는 모양(점수 삭감)보다 덜 거슬린다. 숨긴 보정은 들키면 신뢰를 잃는다는 점도 함께 따진다(난이도·접근성·UX 노트의 동적 난이도).
이행적 밸런스와 비용 곡선
어떤 선택지는 그냥 다른 것보다 낫다. 더 센 검, 더 비싼 유닛, 마나가 더 드는 카드가 그렇다. 이렇게 우열이 한 줄로 서는 관계를 이행적(transitive) 관계라고 한다. 이행적 선택지는 "좋은 것일수록 비싸게" 해서 맞춘다. 문제는 공격력 1과 체력 1, 비행 능력과 마나 1이 서로 얼마인지다. 이안 슈라이버(Ian Schreiber)는 온라인 강좌 Game Balance Concepts의 3강에서 이것을 비용 곡선(cost curve)으로 푼다.
- 모든 비용(자원, 제약, 단점)과 모든 이득을 하나의 공통 단위로 바꾼다.
- 단순한 것부터 값을 정한다. 능력이 하나뿐인 카드나 유닛을 보고 "마나 1 = 공격력 1" 같은 기준을 세운다.
- 비용 총합과 이득 총합이 같으면 곡선 위(on the curve), 이득이 더 크면 곡선 위쪽(너무 셈), 작으면 아래쪽(너무 약함)이다.
- 곡선에서 벗어난 것은 비용을 더하거나 이득을 빼서 되돌린다. 너무 센 것과 값이 너무 싼 것은 고치는 방향이 다르다.
곡선은 대개 직선이 아니다. 슈라이버는 매직: 더 개더링 카드를 분석하며 비싼 카드일수록 같은 이득에 웃돈이 붙는 모양을 보였다. 강한 것 하나가 약한 것 여럿보다 쓸모 있는 게임이 많아서다. 곡선은 한 번 세우면 새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기준자가 된다. 다만 곡선은 "평균적인 상황"의 값이라, 특정 조합에서만 빛나는 능력은 따로 시험해야 한다.
비이행적 밸런스: 가위바위보
가위는 보를, 보는 바위를, 바위는 가위를 이긴다. 무엇도 모두를 이기지 않는 관계가 비이행적(intransitive) 관계다. 격투 게임의 공격·가드·잡기, 전략 게임의 창병·기병·궁병 같은 상성이 이 모양이다. 비이행적 구조는 "가장 좋은 하나"를 없애므로, 선택이 상대를 읽는 문제로 바뀐다.
슈라이버는 9강에서 이런 구조를 이득 표(payoff matrix)로 적고 풀어, 합리적인 플레이어가 각 선택지를 얼마나 자주 고를지 계산한다. 셋이 대칭이면 1/3씩이다. 한쪽의 승리 보상을 키우면 비율이 바뀌는데, 결과가 직관과 다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바위가 가위를 이길 때만 2점을 주도록 바꿔 균형을 풀면 바위 1/4, 보 1/2, 가위 1/4이 나온다. 바위를 강하게 했는데 정작 늘어나는 것은 바위를 이기는 보다. 그래서 상성 게임의 수치 조정은 손으로 짐작하기보다 표로 계산해 보는 편이 안전하다.
| 구분 | 이행적 | 비이행적 |
|---|---|---|
| 관계 | A가 B보다, B가 C보다 낫다 | A가 B를, B가 C를, C가 A를 이긴다 |
| 맞추는 손잡이 | 비용(값을 매긴다) | 상성의 세기와 보상(비율을 맞춘다) |
| 도구 | 비용 곡선 | 이득 표와 혼합 전략 비율 |
| 망가지는 모습 | 곡선 위쪽의 물건 하나가 모든 덱에 들어간다 | 한 꼭짓점이 너무 세서 원이 한 줄이 된다 |
지배 전략: 선택지가 사라지는 순간
어떤 상황에서도 다른 것보다 낫거나 최소한 같은 선택지를 지배 전략(dominant strategy)이라 한다. 지배 전략이 있으면 그 자리의 선택은 선택이 아니게 된다. 모두가 같은 무기, 같은 빌드, 같은 첫수를 쓰고, 나머지 콘텐츠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 경쟁 게임에서는 이를 메타가 굳었다고 하고, 싱글 게임에서는 재미있는 방법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이겨 플레이어가 스스로 지루한 길을 고르게 된다.
- 찾기: 선택 비율과 승률을 기록한다. 선택률과 승률이 함께 높은 것, 다른 선택지를 거의 쓰지 않게 만드는 것이 후보다(슈라이버 강좌의 8강이 지표를 다룬다).
- 고치기: 값을 올리거나, 그것을 이기는 상대를 만들거나(비이행 고리에 넣기), 상황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게 한다. 상황마다 최선이 바뀌면 지배 전략은 지역적 최선으로 쪼개진다.
- 놔두기: 초보에게 "이것만 쓰면 된다"는 안전한 선택지는 일부러 둘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이 숙련자의 최선이기도 하면 안 된다.
게임 경제: 수도꼭지와 싱크
온라인 게임의 돈은 현실 화폐처럼 누군가 찍어 내야 생기고, 누군가 없애야 사라진다. 몬스터가 떨구는 골드, 퀘스트 보상처럼 돈이 새로 생기는 곳을 수도꼭지(faucet), 수리비, 수수료, NPC 상점 구매처럼 돈이 사라지는 곳을 싱크(sink, drain)라고 한다. 이 말은 울티마 온라인의 경제를 분석한 잭 심프슨(Zachary Booth Simpson)의 글로 널리 퍼졌다고 라프 코스터(Raph Koster)가 울티마 온라인 경제의 변천을 돌아보며 적었다.
수도꼭지가 싱크보다 오래 크면 돈이 쌓이고 물가가 오른다(인플레이션). 오래 한 플레이어는 돈이 넘쳐 의미가 없고, 새로 온 플레이어는 거래소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운영 중인 게임은 꾸준히 싱크를 만든다. 장비 내구도와 수리비, 거래 수수료, 꾸미기 아이템, 돈을 써서만 얻는 편의 기능이 흔한 예다. 좋은 싱크는 플레이어가 기꺼이 돈을 쓰고 싶게 만든다. 세금처럼 빼앗긴다는 느낌만 주는 싱크는 불만을 부른다.
경제를 진지하게 운영한 사례로 이브 온라인(EVE Online)이 자주 꼽힌다. 개발사 CCP는 2007년 경제학자 에이욜뷔르 귀드뮌손(Eyjólfur Guðmundsson)을 영입해 게임 안 경제를 맡겼고, 그는 경제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공개했다(위키백과 Eve Online 항목). 플레이어가 만든 물건이 거래되고 전투로 부서지는 게임에서는 아이템 파괴 자체가 큰 싱크가 된다.
성장 곡선: 다음 레벨은 얼마나 멀어야 하나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를 어떤 식으로 늘리느냐가 플레이 시간의 모양을 정한다. 보통은 적이 주는 경험치도 함께 늘기 때문에, 곡선 하나만 보지 말고 "레벨 하나에 걸리는 시간"으로 바꿔 본다. 슈라이버 강좌의 7강이 진행과 페이싱을 이 관점에서 다룬다.
| 곡선 | 느낌 | 쓰임 |
|---|---|---|
| 선형 | 레벨마다 비슷한 간격. 보상 늘어남이 같으면 뒤로 갈수록 오히려 빨라진다 | 짧은 게임, 캠페인 진행 |
| 다항(이차·삼차) | 천천히 무거워진다. 적 경험치 증가와 맞물리면 레벨당 시간이 완만히 는다 | 대부분의 RPG |
| 지수 | 초반 레벨은 순식간이고 끝은 벽이다 | 최고 레벨을 장기 목표로 두는 온라인 게임 |
지수 곡선의 유명한 예가 올드스쿨 룬스케이프다. 기술 레벨 경험치가 대략 일곱 레벨마다 두 배가 되도록 짜여 있어, 99레벨에 필요한 누적 경험치의 절반에 닿는 것이 92레벨이라는 말이 플레이어 사이에 농담처럼 돈다. 초반의 빠른 레벨업이 진입을 돕고, 끝의 벽이 오래 붙잡는다. 다만 벽 앞에서 할 일이 반복뿐이면 성장 곡선이 아니라 인내 시험이 된다.
숫자 다루기: 스프레드시트와 Machinations
밸런스의 많은 부분은 결국 숫자다. 이안 슈라이버와 브렌다 로메로(Brenda Romero)의 책 Game Balance(CRC Press, 2021)는 앞의 강좌를 크게 넓혀 확률, 비용 곡선, 경제, 스프레드시트 모델링까지 한 권에 묶었다. 실무의 기본 흐름은 이렇다.
- 모든 숫자를 한 시트에: 무기 공격력, 적 체력, 보상을 코드에 흩어 두지 않고 표로 모으면, 한 값을 바꿀 때 무엇이 함께 움직이는지 보인다.
- 공식으로 잇기: "적을 몇 대에 잡나", "한 레벨에 몇 분인가" 같은 파생 지표를 공식으로 만들어 두면 숫자를 바꾸자마자 체감이 어떻게 바뀔지 짐작할 수 있다.
- 바꿀 손잡이를 줄이기: 독립적인 숫자가 많을수록 맞추기 어렵다. 기준 몇 개에서 나머지를 계산해 내면 조정이 쉬워진다.
자원의 흐름 자체를 그림으로 그려 시뮬레이션하는 방법도 있다. 요리스 도르만스(Joris Dormans)가 연구에서 만든 Machinations는 자원을 담는 풀(pool), 자원이 생기는 소스(source), 사라지는 드레인(drain), 바꾸는 컨버터(converter) 같은 기호로 게임 경제를 그리고, 그림을 그대로 돌려 볼 수 있게 한 표기법이다. 어니스트 애덤스(Ernest Adams)와 함께 쓴 책 Game Mechanics: Advanced Game Design(New Riders, 2012)이 이 표기법과 되먹임 패턴을 자세히 다루고, 지금은 machinations.io 웹 도구로 이어지고 있다.
기술 원자, 고리와 호
숫자 너머에서 시스템을 보는 틀도 있다. 대니얼 쿡(Daniel Cook)은 2007년 글 The Chemistry of Game Design에서 게임을 기술 원자(skill atom)의 사슬로 그렸다. 원자 하나는 플레이어가 행동하고, 게임이 시뮬레이션하고, 결과를 되돌려 주고, 플레이어가 머릿속 모델을 고치는 작은 고리다. "점프하면 높은 곳에 닿는다"를 배워야 "점프로 적을 밟는다"를 배울 수 있듯, 원자들은 앞의 기술을 딛고 선다. 이 사슬을 그려 보면 튜토리얼에서 무엇을 먼저 가르쳐야 하는지, 어떤 기술이 고아처럼 쓰이지 않는지 보인다.
쿡은 2012년 글 Loops and Arcs에서 이것을 더 넓혔다. 되풀이하며 익히는 시스템은 고리(loop), 한 번 지나가면 소모되는 이야기나 연출은 호(arc)다. 고리는 오래 쓸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닳고, 호는 강렬하지만 다시 보면 힘이 빠진다. 대부분의 게임은 둘을 섞는다. 이야기와 시스템의 이런 차이는 내러티브 디자인 노트에서, 플레이어가 반복을 즐기는 이유는 플레이어 심리 노트에서 이어서 다룬다.
- Game balance — Wikipedia
- Game Balance Concepts — Ian Schreiber
- Level 3: Transitive Mechanics and Cost Curves — Game Balance Concepts
- Level 7: Advancement, Progression and Pacing — Game Balance Concepts
- Level 8: Metrics and Statistics — Game Balance Concepts
- Level 9: Intransitive Mechanics — Game Balance Concepts
- Game Balance — Ian Schreiber & Brenda Romero (CRC Press)
- Game Mechanics: Advanced Game Design — Ernest Adams & Joris Dormans
- Machinations
- The Chemistry of Game Design — Lost Garden
- Loops and Arcs — Lost Garden
- The evolution of UO's economy — Raph Koster
- Eve Online — Wikipedia
- Gold sink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