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장치 (HDD · SSD)
운영체제·프로그램·파일을 전원이 꺼져도 남겨 두는 곳이다. 부팅·게임 로딩·파일 복사 속도를 좌우한다.
목차 (9)
무엇을 하는 부품인가
RAM은 빠르지만 전원을 끄면 지워진다. 저장장치는 느린 대신 내용을 계속 보관한다.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저장장치에서 RAM으로 읽어 오므로, 저장장치가 빠를수록 로딩이 짧아진다.
RAM은 메모리이지 저장장치가 아니다. RAM·ROM·저장장치의 구분과 게임 롬 같은 "ROM"의 여러 뜻은 기억장치의 종류: RAM과 ROM에 있다.
종류
| 종류 | 방식 | 알맞은 용도 |
|---|---|---|
| HDD | 자기 원판을 돌려 읽는다. 용량당 값이 싸지만 느리고 충격에 약하다 | 사진·영상 보관, 백업 |
| SATA SSD | 플래시 메모리. SATA 연결이라 순차 속도가 약 550MB/s에서 막힌다 | 오래된 PC 업그레이드, 보조 저장 |
| NVMe SSD | PCIe로 직접 연결해 SATA보다 몇 배 빠르다. 대부분 M.2 형태다 | 운영체제·게임·작업 파일 |
SSD 속: NAND 플래시의 원리
SSD는 NAND 플래시 칩 여러 개와 그것을 다루는 컨트롤러로 이뤄진다. 플래시의 셀은 트랜지스터 하나인데, 게이트 아래에 전자를 가둬 두는 층(플로팅 게이트 또는 차지 트랩)이 있다. 여기에 전자를 밀어 넣으면 트랜지스터가 켜지는 문턱 전압이 올라가고, 읽을 때는 그 문턱 전압이 어느 구간에 있는지로 비트를 가린다. 가둔 전자는 전원이 없어도 남으므로 데이터가 꺼진 뒤에도 유지된다. NAND라는 이름은 셀을 줄줄이 직렬로 이은 배열에서 왔다. 셀 사이 배선을 줄여 촘촘하게 쌓을 수 있는 대신 바이트 하나씩이 아니라 페이지 단위로 읽고 쓴다. ROM에서 플래시로 이어진 계보와 NOR와의 차이는 기억장치의 종류에 있다.
셀 하나에 몇 비트: SLC·MLC·TLC·QLC
문턱 전압을 2구간으로만 나누면 셀당 1비트(SLC), 4구간이면 2비트(MLC), 8구간이면 3비트(TLC), 16구간이면 4비트(QLC)다. 같은 칩 면적에 더 많이 담을수록 싸고 커지지만, 정해진 전압 범위를 더 잘게 쪼개야 한다. 구간 사이 여유가 좁아지면 쓸 때 전자를 조금씩 넣으며 여러 번 확인해야 해서 느려지고, 쓰고 지울 때마다 가두는 층이 닳아 분포가 퍼지면 금방 구간을 넘으므로 견디는 쓰기 횟수도 줄어든다. 오래 전원 없이 두면 갇힌 전자가 조금씩 새어 나가는데, 구간이 좁은 셀일수록 이것에도 약하다.
덮어쓰지 못한다: 페이지와 블록
NAND는 페이지(보통 수 KiB~십수 KiB) 단위로 쓰지만, 지우기는 페이지 수백 개를 묶은 블록 단위로만 된다. 그리고 이미 쓴 페이지에 다시 쓰려면 블록 전체를 먼저 지워야 한다. 그래서 SSD는 파일 한 조각을 고칠 때 제자리에 덮어쓰지 않고 빈 페이지에 새로 쓴 뒤 옛 페이지를 무효로 표시한다. 빈 블록이 모자라면 무효 페이지가 많은 블록을 골라 아직 유효한 페이지만 다른 곳으로 옮기고 블록을 지운다. 이것이 가비지 컬렉션이고, 이때 옮겨 쓴 만큼이 운영체제가 쓴 양보다 더 쓰게 되는 쓰기 증폭이다.
1. A·B·C·D를 처음 쓴다. 쓰기는 블록 0의 빈 페이지에 차례로 들어간다.
지울 블록에 유효 페이지가 비율 u만큼 남아 있으면 빈 페이지 (1 − u)개를 얻으려고 u개를 옮겨야 하므로, 꾸준히 쓰는 상태의 쓰기 증폭은 1/(1 − u)다. 디스크가 거의 차서 고른 블록에도 80%가 유효하면 쓰기 증폭은 5.000000000000001배가 된다. 빈 공간이 넉넉할수록 무효가 많은 블록을 고를 수 있어 SSD가 덜 닳고 빨라지는 이유다.
컨트롤러가 하는 일: FTL
- 주소 변환(FTL): 운영체제가 보는 주소는 그대로인데 실제 데이터는 계속 자리를 옮기므로, 컨트롤러가 "논리 주소 → 실제 페이지" 표를 들고 있다. 4KiB마다 4바이트 항목을 두면 1TB SSD의 표는 약 0.98GB다. 스펙의 "DRAM 캐시"가 바로 이 표를 올려 두는 메모리이고, DRAM이 없는 제품은 표 일부만 들고 있거나 메인 메모리를 빌려 쓴다(HMB).
- 웨어 레벨링: 블록마다 견디는 지우기 횟수에 한계가 있으므로, 잘 안 바뀌는 데이터도 가끔 옮겨 모든 블록이 고르게 닳게 한다. 스펙의 TBW는 이렇게 다 닳기 전까지 보증하는 총 쓰기 양이다.
- 여유 공간(오버프로비저닝): 칩 용량의 일부를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게 남겨 가비지 컬렉션과 불량 블록 교체에 쓴다.
- TRIM: 파일을 지우면 운영체제가 "이 주소는 이제 안 쓴다"고 알려 준다. 컨트롤러는 그 페이지를 무효로 돌려 옮겨 쓰지 않는다. 그래서 SSD에서는 지운 파일을 되찾기 어렵다(디지털 포렌식과 복원).
- SLC 캐시: 빈 셀 일부를 1비트만 담는 SLC처럼 써서 먼저 빠르게 받아 두고, 한가할 때 TLC·QLC로 옮겨 담는다. 캐시를 넘는 큰 파일을 한 번에 쓰면 속도가 뚝 떨어지는 이유다.
- 오류 정정(ECC): 읽은 비트에 섞인 오류를 컨트롤러가 고친다. 셀당 비트가 많을수록 더 강한 정정이 필요하다.
위로 쌓기: 3D NAND
평면에서 셀을 더 작게 만들면 이웃 셀끼리 간섭하고 가둘 수 있는 전자 수도 줄어 한계에 닿았다. 그래서 지금의 NAND는 셀을 수직으로 수백 층 쌓는다(3D NAND, 삼성은 V-NAND라 부른다). 층을 쌓는 덕에 셀 하나는 오히려 평면 시절보다 크게 둘 수 있어 안정성도 나아졌다. NAND 칩을 만드는 회사와 시장 구도는 반도체 노트에 있다.
스펙 읽는 법
| 항목 | 뜻 | 볼 점 |
|---|---|---|
| 인터페이스 (PCIe 세대 × 레인) | 예: PCIe 4.0 x4. 세대가 오를 때마다 최대 대역폭이 약 두 배가 된다 | 메인보드 슬롯이 낮은 세대면 그 속도로 동작한다. 꽂히기는 한다 |
| 순차 읽기·쓰기 | 큰 파일을 이어서 읽고 쓰는 속도(MB/s) | 큰 파일 복사에 중요하다. 광고에 가장 크게 적히는 숫자다 |
| 랜덤 4K (IOPS) | 작은 조각을 여기저기서 읽고 쓰는 속도 | 부팅·프로그램 실행 체감에 더 가깝다 |
| NAND 종류 (TLC / QLC) | 셀 하나에 담는 비트 수. QLC는 더 싸고 크지만 쓰기가 느리고 수명이 짧다 | 큰 파일을 자주 쓰는 용도라면 TLC가 낫다 |
| SLC 캐시 | 빈 공간 일부를 빠른 방식으로 써서 쓰기 속도를 높인다 | 캐시를 넘는 대용량 쓰기에서는 속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
| DRAM 캐시 |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기록한 표를 빠른 메모리에 둔다 | 없는 제품(DRAM-less)은 보통 값이 싸고, 랜덤 성능이 약할 수 있다 |
| 수명 (TBW) | 보증하는 총 쓰기 양(TB) | 일반적인 사용에서는 다 쓰기 어렵다. 보증 기간과 함께 본다 |
| 폼팩터 | M.2 2280은 폭 22mm·길이 80mm. 2.5인치는 SATA 크기 | 노트북·휴대용 기기는 2230처럼 짧은 규격만 들어가기도 한다 |
HDD 기록 방식: CMR과 SMR
HDD는 원판 위의 동심원 길(트랙)에 데이터를 자기로 기록한다. 트랙을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같은 용량이라도 쓰기 성능이 크게 달라지는데, 제품 이름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아 따로 확인해야 한다.

| 방식 | 원리 | 쓰기 성능 | 알맞은 용도 |
|---|---|---|---|
| CMR (기존 방식) | 트랙을 서로 겹치지 않게 나란히 둔다. PMR이라고도 부른다 | 어디를 다시 써도 그 자리만 쓰면 되어 속도가 고르다 | NAS·RAID, 자주 쓰고 지우는 작업 디스크, 감시 카메라 녹화 |
| SMR (겹쳐 쓰기) | 기와처럼 트랙을 조금씩 겹쳐 같은 원판에 더 많이 담는다 | 한 곳을 고치려면 겹친 옆 트랙들까지 다시 써야 한다. 평소에는 빈 영역(캐시)에 먼저 받아 두고 쉴 때 정리하지만, 캐시가 차면 쓰기가 크게 느려진다 | 한 번 쓰고 주로 읽는 보관·백업(사진·영상 아카이브) |
왜 중요한가
- 긴 쓰기에서 갑자기 느려진다. 처음 수십 GB는 빠르다가, 캐시가 차면 속도가 몇 분의 1로 떨어질 수 있다. 대용량 복사·백업 도중 “멈춘 것처럼” 보이는 원인이 된다.
- NAS·RAID와 궁합이 나쁘다. 디스크 하나를 바꿔 RAID를 다시 맞출 때(재구성) 쓰기가 계속 몰리는데, SMR 디스크는 응답이 늦어져 재구성이 아주 오래 걸리거나 디스크가 고장 난 것으로 잘못 판단되기도 한다.
- 표시가 잘 안 되어 있다. 같은 제품군 안에서도 용량에 따라 CMR과 SMR이 섞여 있는 경우가 있다.
확인하는 법
- 제조사 데이터시트의 기록 방식(Recording Technology) 항목을 본다. 모델 번호 단위로 확인한다.
- NAS용으로 쓸 디스크라면 제조사가 “NAS 호환”으로 검증한 CMR 모델인지 확인한다.
- SMR 디스크는 운영체제에 TRIM을 지원한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많아, 이것이 단서가 되기도 한다(확정은 데이터시트로).
HDD의 다른 스펙
- 회전 속도(RPM): 7200RPM은 5400RPM 계열보다 빠르지만 소음·발열이 크다. 보관용이면 낮아도 된다.
- 연간 작업량(TB/년): 하루 종일 도는 NAS·서버용은 이 값이 높은 제품을 고른다.
- 보증 기간: 제조사가 예상하는 사용 강도를 짐작하게 해 준다.
제조사 스펙만으로는 실제로 얼마나 고장 나는지 알기 어렵다. 클라우드 백업 회사 Backblaze는 데이터센터에서 돌리는 HDD 수십만 대의 모델별 연간 고장률(AFR)을 분기마다 공개한다(아래 더 읽을거리). 사려는 모델이나 같은 제품군이 목록에 있으면 참고할 만하다. 다만 데이터센터 환경이라 집과 조건이 다르고, 대수가 적은 모델의 수치는 흔들리기 쉽다.
고를 때 볼 점
- 운영체제는 NVMe SSD에 둔다. 체감 차이가 가장 크다.
- 용량에 여유를 둔다. SSD는 가득 차면 캐시가 줄어 느려진다. 큰 게임이 많다면 넉넉히 고른다.
- 메인보드 M.2 슬롯의 지원 세대와 개수, 다른 포트와 대역폭을 나누는지 확인한다.
- 발열이 큰 고속 NVMe는 방열판을 함께 쓴다.
- 저장장치는 언젠가 고장 나므로 중요한 파일은 따로 백업한다.
- 건강 상태는 S.M.A.R.T.로 본다. 저장장치가 스스로 기록하는 상태 값으로, CrystalDiskInfo 같은 도구가 읽어 준다. SSD는 남은 수명(%)과 지금까지 쓴 양, HDD는 재할당·대기 중인 섹터 수가 늘어나는지를 본다. 값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바로 백업한다.
흔한 오해
- “순차 속도가 두 배면 로딩도 두 배 빠르다” — 게임 로딩은 CPU 처리·랜덤 읽기에 더 많이 걸린다.
- “SSD는 금방 수명이 다한다” — 보통 사용량으로는 TBW에 닿기 전에 다른 이유로 바꾸게 된다.
- “1TB를 샀는데 931GB만 보인다” — 고장이 아니라 단위 차이다. 제조사는 1TB = 1012바이트로 세고, Windows는 230바이트를 1GB로 센다(정확히는 GiB). 1012 ÷ 230 ≈ 931이다. macOS는 제조사와 같은 10진 단위로 보여 준다.
- “SSD도 조각 모음을 해야 한다” — SSD는 위치에 따라 읽는 시간이 같아 조각 모음이 쓸모없고 쓰기만 늘린다. Windows의 "드라이브 최적화"는 SSD에는 조각 모음 대신 TRIM을 보내므로 켜 둬도 된다.
- “SSD는 서랍에 넣어 두면 영구 보관된다” — 플래시 셀의 전하는 전원 없이 오래 두면 조금씩 빠진다. 많이 닳은 SSD일수록, 따뜻한 곳일수록 빨리 빠진다. 오래 보관할 백업은 HDD·광디스크나 여러 벌로 두고 가끔 꺼내 확인한다.
- “M.2면 모두 NVMe다” — M.2 SATA 제품도 있다. 슬롯이 지원하는 방식을 확인한다.
- “용량·RPM이 같으면 HDD는 다 같다” — CMR과 SMR은 긴 쓰기와 RAID에서 전혀 다르게 동작한다.
기초: 기억장치의 종류
RAM, ROM, 저장장치는 모두 무엇을 담아 두지만 하는 일이 다르다. 휘발성과 쓰는 방법으로 나누고, 게임 롬처럼 여러 뜻으로 쓰이는 "ROM"을 가려낸다
더 알아보기: 스토리지 시스템
PC 한 대를 넘어 서버와 네트워크에서 데이터를 담는 방식: 스토리지의 세 갈래, 네트워크 스토리지, 중복과 분산
- 블록·파일·오브젝트 스토리지같은 디스크라도 무엇을 단위로 내주느냐에 따라 블록, 파일, 오브젝트 스토리지로 나뉜다. 단위가 쓰임새와 한계를 정한다.블록 스토리지 · 파일 시스템 · 오브젝트 스토리지 · S3 API · 저널링 · 쓰기 시 복사 · 멀티파트 업로드 · 쓰기 후 읽기 일관성 · 조건부 쓰기 · 버전 관리 · 오브젝트 잠금 · EBS·EFS·S3
- 네트워크 스토리지저장장치를 네트워크 너머에 두는 방법이다. 파일을 나눠 주는 NAS와, 디스크 자체를 빌려주는 SAN이 기본 두 갈래다.DAS·NAS·SAN · NFS · SMB · iSCSI · 리스와 위임 · close-to-open 일관성 · pNFS · Fibre Channel · NVMe over Fabrics · 클러스터 파일 시스템 · 지연과 대역폭 · 집 NAS
- 중복과 분산 스토리지디스크는 언젠가 고장 난다. RAID와 이레이저 코딩, 여러 서버에 나눠 담는 분산 스토리지로 버티는 방법과 그래도 백업이 따로 필요한 이유다.RAID · XOR 패리티 · 이레이저 코딩 · Ceph · RAID 5 리빌드 · 쓰기 구멍 · URE·잠복 섹터 오류 · RAID 6 · 스크러빙 · LRC · MinIO · 스냅숏·복제·백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