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학
화성학은 여러 음을 동시에 울릴 때 무엇이 어울리고, 화음이 어떤 순서로 이어질 때 '흘러간다'고 느끼는지를 정리한 규칙이다. 3도를 쌓아 화음을 만드는 데서 시작해 조성 안 화음의 이름과 기능, 성부가 움직이는 법, 종지, 비화성음, 부속 화음과 전조를 지나 대중음악 코드 표기, 재즈 화성, 대위법의 첫걸음까지를 직접 그린 악보와 계산으로 따라간다.
목차 (16)
화음이란: 3도 쌓기
화음(chord)은 높이가 다른 음 셋 이상을 함께 울린 것이다. 서양 조성 음악의 기본 화음은 음을 3도 간격으로 쌓아 만든다. 음계에서 한 음씩 건너뛰며 고르면 된다. 도에서 시작해 도·미·솔을 고르면 3화음, 하나 더 올려 시를 얹으면 7화음, 그 위로 레·파·라를 더 얹으면 9·11·13화음이다. 맨 아래 출발 음을 뿌리(근음, root), 그 위를 차례로 3음·5음·7음이라 부른다.
왜 하필 3도인가. 2도를 겹치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되고, 4도·5도만 쌓으면 비어 있는 소리가 된다. 3도는 장3도(반음 4개)와 단3도(반음 3개) 두 종류가 있어, 어느 것을 어떤 순서로 쌓느냐에 따라 화음의 색이 갈린다. 음정과 반음 세는 법은 음악 기초 이론 노트에, 어울림(협화)과 부딪힘(불협화)이 물리적으로 어디서 오는지는 음향학 노트에 있다.
3화음 네 가지
3도 두 개를 쌓는 방법은 넷뿐이다. 아래에서부터 반음 수로 적으면 이렇다.
- 장3화음(major): 장3도 + 단3도(4 + 3). 밝고 안정된 소리. C = 도·미·솔.
- 단3화음(minor): 단3도 + 장3도(3 + 4). 어둡고 차분한 소리. Cm = 도·미♭·솔.
- 증3화음(augmented): 장3도 + 장3도(4 + 4). 5음이 반음 올라가 들뜨고 불안한 소리. 옥타브(12)를 정확히 셋으로 나누므로 어느 음을 뿌리로 봐도 모양이 같다.
- 감3화음(diminished): 단3도 + 단3도(3 + 3). 뿌리와 5음 사이가 감5도(반음 6개, 트라이톤)라 긴장이 크다.
장·단3화음은 뿌리와 5음이 완전 5도(반음 7개)라 그대로 끝맺을 수 있는 협화 화음이다. 증·감3화음은 5음이 완전 5도에서 벗어나 다음 화음으로 풀려야 하는 불협화 화음으로 다룬다.
7화음
3화음 위에 3도를 하나 더 얹으면 뿌리에서 7도 떨어진 7음이 생긴다. 3화음의 종류와 7도의 크기(장7도 11, 단7도 10, 감7도 9)를 조합해 자주 쓰는 다섯 가지와 그 밖의 하나를 아래 그림에 모았다.
- 장7화음(Cmaj7): 장3화음 + 장7도. 부드럽고 몽환적이라 재즈·팝의 토닉에 자주 쓴다.
- 속7화음(딸림7화음, C7): 장3화음 + 단7도. 3음과 7음 사이가 트라이톤이라 으뜸화음으로 강하게 끌린다. 장조의 V에서 저절로 생긴다.
- 단7화음(Cm7): 단3화음 + 단7도.
- 반감7화음(Cm7♭5, Cø7): 감3화음 + 단7도. 장조의 vii, 단조의 ii 자리에 생긴다.
- 감7화음(Cdim7, C°7): 감3화음 + 감7도. 단3도만 셋 쌓아(3 + 3 + 3) 옥타브를 넷으로 똑같이 나눈다. 철자는 C, E♭, G♭, B♭♭처럼 겹내림표까지 나온다. 화성 단음계의 vii에서 생긴다.
자리바꿈과 숫자 저음
같은 도·미·솔이라도 어느 음이 맨 아래(저음, 베이스)에 오느냐에 따라 소리의 무게가 다르다. 뿌리가 저음이면 기본 위치(뿌리 위치), 3음이 저음이면 1자리바꿈, 5음이 저음이면 2자리바꿈이다. 7화음은 7음이 저음인 3자리바꿈까지 있다. 위 음들의 순서나 옥타브는 자리바꿈을 바꾸지 않는다. 오직 저음이 무엇인지가 기준이다.
바로크 시대 건반 반주자는 베이스 선율 아래 숫자만 보고 화음을 즉흥으로 채웠다. 이것이 숫자 저음(figured bass, 통주저음)이고, 숫자는 "저음에서 몇 도 위의 음들을 쌓아라"라는 뜻이다. 그래서 자리바꿈의 이름이 그대로 숫자가 되었다.
| 자리 | 3화음 | 7화음 |
|---|---|---|
| 기본 위치 | 5/3(보통 생략) | 7 |
| 1자리바꿈(3음이 저음) | 6(6/3) | 6/5 |
| 2자리바꿈(5음이 저음) | 6/4 | 4/3 |
| 3자리바꿈(7음이 저음) | — | 4/2(또는 2) |
로마 숫자 분석에서는 이 숫자를 화음 이름 뒤에 붙인다. V6/5는 "1자리바꿈한 속7화음", I6은 "1자리바꿈한 으뜸화음"이다. 2자리바꿈 3화음(6/4)은 저음 위 4도가 불협화로 들려 아무 데나 쓰지 않고, 종지 앞의 I6/4–V처럼 정해진 자리에서만 쓴다.
다이어토닉 화음과 로마 숫자
조성 안의 음(음계 일곱 음)만으로 3도를 쌓아 만든 화음을 다이어토닉 화음이라 한다. 음계의 각 음 위에 하나씩, 모두 일곱 개다. 화음은 뿌리가 음계의 몇 번째 음인지를 로마 숫자로 부르고, 장3화음은 대문자(I, IV, V), 단3화음은 소문자(ii, iii, vi), 감3화음은 소문자에 °(vii°), 증3화음은 대문자에 +(III+)를 붙인다. 로마 숫자로 적으면 조가 바뀌어도 같은 진행을 같은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 다 장조의 C–F–G와 사 장조의 G–C–D는 모두 I–IV–V다.
장조에서는 장3화음이 I·IV·V, 단3화음이 ii·iii·vi, 감3화음이 vii° 하나다. 7화음으로 쌓으면 Imaj7, ii7, iii7, IVmaj7, V7, vi7, viiø7이 되고, 속7화음은 V7 하나뿐이라 조성을 가장 분명히 알린다.
단조는 사정이 다르다. 자연 단음계(가 단조라면 라·시·도·레·미·파·솔)로 쌓으면 V가 Em, 곧 단화음이 된다. 7음 솔과 으뜸음 라 사이가 온음이라 으뜸음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약하다. 그래서 단조에서는 7음을 반음 올린 화성 단음계를 쓴다. 솔이 솔♯이 되면 V는 E·G♯·B의 장3화음(E)이 되고, 솔♯이 라로 반음 올라가는 이끎음(leading tone)이 생긴다. 같은 이유로 vii°도 감3화음이 되고, 7화음으로 쌓으면 G♯dim7, 곧 감7화음이 된다. 대신 III은 증3화음(III+)이 되고 6음과 7음 사이가 증2도(반음 3개)로 벌어져 선율이 어색해지므로, 선율을 올라갈 때는 6음도 올린 가락 단음계를 쓰기도 한다. 음계 자체의 정의는 음악 기초 이론 노트에 있다.
화음의 기능과 진행
일곱 화음은 하는 일에 따라 세 무리로 나뉜다. 19세기 말 독일 이론가 후고 리만이 체계화한 이 기능(function) 분류가 화성 진행을 이해하는 뼈대다.
- 토닉(T, 으뜸 기능): I. 집이자 도착점. vi와 iii는 I과 두 음을 나눠 I 대신 쓸 수 있다.
- 서브도미넌트(S, 버금딸림 기능): IV와 ii. 집을 떠나 도미넌트로 가는 준비 단계.
- 도미넌트(D, 딸림 기능): V와 vii°. 이끎음과 트라이톤을 품어 토닉으로 돌아가려는 긴장이 가장 크다.
고전 화성의 기본 문장은 T → S → D → T다. 떠나고, 긴장을 쌓고, 돌아온다. S를 건너뛰어 T → D → T로 가도 되지만, D에서 S로 거꾸로 가는 것(V–IV)은 고전 화성에서 드물다. 뿌리 움직임으로 보면 5도 아래(4도 위)로 가는 진행이 가장 힘차다. vi–ii–V–I처럼 뿌리가 5도씩 내려가는 고리를 5도권 진행이라 하며, 바로크부터 재즈까지 두루 쓴다. 대중음악은 이 규칙에 덜 묶여 V–IV–I 같은 진행도 자연스럽게 쓴다.
성부 진행
화음을 이어 붙일 때는 각 음이 다음 화음의 어느 음으로 가는지도 정해야 한다. 이것이 성부 진행(voice leading)이다. 전통 화성학은 합창처럼 네 성부, 곧 위에서부터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로 연습한다. 3화음은 음이 셋이라 하나를 겹쳐야 하는데, 보통 뿌리를 겹친다. 이끎음은 겹치지 않는다.
목표는 네 성부가 각자 노래할 수 있는 선율이면서 함께 화음을 이루는 것이다. 그 경험을 규칙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 공통음은 지킨다. 앞뒤 화음에 같은 음이 있으면 그 성부는 움직이지 않는다.
- 가장 가까운 음으로 간다. 위 세 성부는 순차(2도)나 작은 도약으로 움직이고, 큰 도약은 베이스에 맡긴다.
- 이끎음은 으뜸음으로 해결한다. V의 3음(다 장조의 시)은 I의 도로 반음 올라간다. 특히 바깥 성부(소프라노)에서는 반드시 지킨다.
- 병행 5도·병행 8도를 피한다. 두 성부가 완전 5도나 옥타브(같은 음 포함)를 유지한 채 함께 움직이면 안 된다.
- 간격과 교차. 이웃한 위 세 성부 사이는 한 옥타브를 넘지 않게, 성부끼리 위아래가 뒤바뀌지 않게 둔다.
병행 5도·8도를 금지하는 이유는 소리의 성질에 있다. 완전 5도와 옥타브는 배음이 많이 겹쳐 두 음이 하나로 녹아 들린다. 그런 음정으로 두 성부가 나란히 움직이면 귀는 두 선율이 아니라 한 선율이 두껍게 울리는 것으로 듣는다. 네 성부가 독립된 목소리여야 한다는 다성 음악의 목표가 무너지는 것이다. 3도·6도의 병행은 이런 녹음이 덜해 오히려 권장된다. 이 금지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다성 음악의 양식 규칙이지 소리의 법칙이 아니라서, 록의 파워 코드나 인상주의 음악의 평행 화음은 일부러 병행 5도를 쓴다.
나쁜 예: 네 성부가 함께 위아래로 움직인다. 찾은 병행 3곳 — 소프라노–베이스 병행 8도, 소프라노–베이스 병행 8도, 알토–베이스 병행 5도. 두 성부가 완전 협화음으로 나란히 가면 한 소리로 녹아 성부가 하나 줄어든 것처럼 들린다.
종지
문장 끝의 마침표·쉼표처럼, 악구 끝의 두 화음이 만드는 맺음을 종지(cadence)라 한다. 마지막 두 화음의 기능으로 네 가지를 가른다.
- 정격 종지(authentic, V–I): 가장 강한 마침. 두 화음 모두 기본 위치이고 소프라노가 으뜸음으로 끝나면 완전 정격 종지, 그렇지 않으면 불완전 정격 종지라 한다.
- 변격 종지(plagal, IV–I): 부드러운 마침. 찬송가 끝의 "아멘"에 자주 붙어 아멘 종지라고도 부른다.
- 반종지(half, …–V): V에서 멈춘다. 물음표처럼 다음 악구를 기다리게 한다.
- 위종지(deceptive, V–vi): 거짓 종지라고도 한다. I이 올 자리에 vi가 와서 기대를 비틀고 악구를 늘린다.
비화성음
선율의 모든 음이 화음에 들어 있지는 않다. 화음 밖의 음을 비화성음(nonchord tone)이라 하고, 앞뒤 음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로 이름을 붙인다. 공통점은 화음음에서 나와 화음음으로 순차로 풀린다는 것이다.
- 경과음(passing tone): 두 화음음 사이를 한 방향 순차로 메운다. 미–파–솔.
- 보조음(neighbor tone): 화음음에서 한 걸음 나갔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솔–라–솔.
- 계류음(suspension): 앞 화음의 음을 붙잡고 있는 사이 화음이 바뀌어 불협화가 되었다가, 아래로 한 걸음 풀린다. 준비–계류–해결의 세 단계이고, 계류가 센박에 오는 것이 보통이다. 위로 풀리면 역계류음이라 한다.
- 앞꾸밈음(appoggiatura): 도약으로 비화성음에 들어가 반대 방향 순차로 풀린다. 센박에 와서 강한 표정을 만든다.
- 이탈음(escape tone): 순차로 나가서 반대 방향으로 도약한다.
- 선행음(anticipation): 다음 화음의 음을 미리 내고 그대로 머문다.
부속 화음과 차용 화음
다이어토닉 화음만으로는 색이 단조롭다. 조성 밖의 음을 잠깐 빌려 오는 대표 방법이 둘 있다.
부속 화음(secondary dominant)은 다른 화음을 잠깐 으뜸음처럼 대하고 그 앞에 놓는 딸림화음이다. 다 장조에서 V(G)를 향해 가는 G의 딸림화음은 D·F♯·A(D)이고, 이것을 V/V("5도의 5도")라 적는다. 조성에 없는 F♯이 G로 끌리는 임시 이끎음이 되어 V를 더 강하게 부른다. 같은 방법으로 ii 앞에는 V/ii(A: A·C♯·E), IV 앞에는 V7/IV(C7: C·E·G·B♭)를 둔다. 감3화음은 으뜸음 노릇을 못 하므로 vii° 앞에는 부속 화음을 두지 않는다.
차용 화음(borrowed chord, 모달 인터체인지)은 같은 으뜸음을 가진 반대 조, 곧 다 장조라면 다 단조에서 화음을 빌려 오는 것이다. iv(Fm), ♭VI(A♭), ♭VII(B♭), ♭III(E♭)가 흔하다. 장조 곡에 iv가 끼면 순간 그늘이 지고, ♭VI–♭VII–I은 영화 음악과 록에서 장대한 마무리로 자주 쓴다. 반대로 단조 곡의 끝 화음을 장3화음으로 바꾸는 것도 같은 생각이다(피카르디 3도).
전조
전조(modulation)는 곡 중간에 으뜸음 자체를 옮기는 것이다. 부속 화음이 한두 박 다른 화음을 으뜸음처럼 대하는 데 그친다면, 전조는 새 조의 종지(V–I)로 새 으뜸음을 확정한다. 가장 매끄러운 방법이 공통 화음 전조다. 두 조에 함께 들어 있는 화음을 다리(축 화음, pivot chord)로 삼아, 그 화음을 앞 조의 화음으로 듣다가 새 조의 화음으로 다시 듣게 만든다.
다 장조와 사 장조는 조표가 하나만 달라 3화음 4개(C, Em, G, Am)를 함께 갖는다. 예컨대 Am은 다 장조의 vi이면서 사 장조의 ii다. 다 장조에서 Am까지 온 뒤 사 장조의 V7(D7)과 I(G)로 가면, 듣는 사람은 Am을 거슬러 "사실 ii였다"고 다시 듣게 된다. 반대로 다 장조와 올림바 장조처럼 먼 조는 공통 3화음이 0개라 다른 방법(공통음 하나만 남기기, 이명동음 재해석, 그냥 갑자기 옮기기)을 쓴다. 조표가 가까운 조를 따라 도는 5도권은 음악 기초 이론 노트에 있다.
코드 표기법과 흔한 진행
대중음악과 재즈는 로마 숫자 대신 뿌리 음이름 뒤에 화음 종류를 적는 코드 기호를 쓴다. 조를 몰라도 바로 칠 수 있는 대신, 화음의 기능은 적혀 있지 않다. 표기는 지역과 출판사마다 조금씩 달라 같은 화음을 여러 이름으로 쓴다.
| 기호 | 뜻 | 구성음 |
|---|---|---|
C | 장3화음 | C E G |
Cm | 단3화음(Cmin이나 C−로도 쓴다) | C E♭ G |
C7 | 속7화음(장3화음 + 단7도) | C E G B♭ |
Cmaj7 | 장7화음(CM7, CΔ7) | C E G B |
Cm7 | 단7화음 | C E♭ G B♭ |
Cm7♭5 | 반감7화음(Cø7) | C E♭ G♭ B♭ |
Cdim7 | 감7화음(C°7) | C E♭ G♭ B♭♭ |
Caug | 증3화음(C+) | C E G♯ |
Csus4 | 3음 대신 4음(완전 4도) | C F G |
G7sus4 | 속7화음의 3음을 4음으로 | G C D F |
C6 | 장3화음 + 장6도 | C E G A |
Cadd9 | 7음 없이 9음만 더함 | C E G D |
C/E | 슬래시 코드: C 화음, 저음은 E(1자리바꿈) | E 위에 C E G |
D/C | 슬래시 코드: 화음에 없는 음을 저음에 | C 위에 D F♯ A |
sus(suspended)는 3음을 빼고 4음(sus4)이나 2음(sus2)을 넣어 장·단이 정해지지 않은 떠 있는 소리를 낸다. 이름은 앞 절의 계류음에서 왔지만, 대중음악에서는 풀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경우도 많다. 슬래시 코드(C/E)는 빗금 뒤에 저음을 적는다. 저음이 화음 구성음이면 자리바꿈이고, 구성음이 아니면 D/C처럼 화음과 저음이 겹친 새 소리가 된다.
널리 쓰이는 진행 몇 가지는 이름처럼 불린다.
- I–V–vi–IV: 수많은 팝송의 후렴을 받치는 네 화음. 순서를 돌린 vi–IV–I–V도 같은 묶음이다. 기능으로 보면 T–D–T–S를 도는 고리다.
- ii–V–I: 재즈의 기본 문장. Dm7–G7–Cmaj7처럼 뿌리가 5도씩 내려가며, 곡 하나에 여러 조의 ii–V가 이어 붙는다.
- 12마디 블루스: 4마디씩 세 줄. 다 장조라면 C7 C7 C7 C7 / F7 F7 C7 C7 / G7 F7 C7 G7. 모든 화음을 속7화음으로 치는 것이 블루스의 색이고, 2마디째를 IV로 바꾸거나(퀵 체인지) 12마디째를 I로 두는 변형이 흔하다.
이런 진행을 직접 짜서 들어 보려면 이 사이트의 칩튠 메이커를 쓸 수 있다. 채널이 적은 칩튠에서는 화음을 빠른 아르페지오로 펼쳐 흉내 낸다.
텐션, 재즈 보이싱, 트라이톤 대리
7화음 위로 3도를 더 쌓은 9·11·13음을 재즈에서는 텐션이라 부른다. 화음의 기능은 그대로 두고 색만 더한다. 다만 모든 텐션이 다 어울리지는 않는다. 화음음보다 반음 위(♭9 간격)에서 부딪히는 음은 회피음(avoid note)으로 다룬다. 대표가 장7화음 위의 11음이다. Cmaj7 위 파는 3음 미보다 반음 위라 탁하게 부딪히므로, 대신 반음 올린 ♯11(파♯)을 쓴다. 속7화음은 긴장이 목적이라 ♭9·♯9·♯11·♭13 같은 변화 텐션까지 넓게 쓴다.
네 음에 텐션까지 더하면 손가락이 모자라므로 재즈 연주자는 음을 고른다. 5음은 화음의 성격을 거의 바꾸지 않아 먼저 빼고, 뿌리는 베이스 연주자가 맡으면 빼도 된다. 남는 핵심이 3음과 7음이다. 3음은 장·단을, 7음은 7화음의 종류를 정하기 때문에 이 둘을 가이드 톤이라 부른다. 뿌리·3음·7음만 치는 것이 셸 보이싱, 뿌리 없이 3·5·7·9음(또는 7·9·3·5음)을 치는 것이 루트리스 보이싱이다.
트라이톤 대리(tritone substitution)는 속7화음을 뿌리가 트라이톤(반음 6개) 떨어진 다른 속7화음으로 바꾸는 기법이다. G7 대신 D♭7을 쓰면 G7–C가 D♭7–C가 된다. 둘이 바꿔 쓸 수 있는 까닭은 속7화음의 긴장을 만드는 3음과 7음, 곧 트라이톤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트라이톤은 옥타브의 정확히 절반이라 뿌리를 반음 6개 옮겨도 같은 두 음이 역할만 바꿔 남는다. 덤으로 베이스가 D♭–C로 반음 내려가 매끄러워진다.
대위법의 기초: 1종 대위법
화성학이 세로(동시에 울리는 화음)를 먼저 본다면, 대위법(counterpoint)은 가로(독립된 선율 여러 개)를 먼저 본다. 둘은 같은 음악을 다른 쪽에서 본 것이고, 성부 진행 규칙 대부분이 대위법에서 왔다. 대위법 교육의 고전은 요한 요제프 푹스가 1725년에 낸 『Gradus ad Parnassum』이다. 주어진 선율(정선율, cantus firmus)에 새 선율을 붙이는 연습을 리듬의 복잡도에 따라 다섯 단계(종)로 나눴다. 1종은 음표 대 음표, 2종은 두 음 대 한 음, 3종은 네 음 대 한 음, 4종은 계류(붙임줄), 5종은 앞의 것을 섞은 화려한 대위다.
1종 대위법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 협화음만 쓴다. 완전 협화(1도·5도·8도)와 불완전 협화(3도·6도). 두 성부만 있을 때는 완전 4도도 불협화로 친다.
- 처음과 끝은 완전 협화. 끝은 1도나 8도로, 마지막 두 음은 반진행 순차로 들어간다(위 성부라면 6도 → 8도).
- 병행 5도·8도 금지. 완전 협화음으로는 반진행이나 사진행으로만 들어간다.
- 반진행을 앞세운다. 3도·6도를 주로 쓰고, 같은 음정이 길게 이어지지 않게 한다.
- 선율은 순차 위주로. 도약은 드물게, 도약 뒤에는 반대 방향으로 메운다. 정점(가장 높은 음)은 한 번만 둔다.
흔한 오해
- "화성학 규칙을 어기면 틀린 음악이다." 화성학은 특정 시대·양식(주로 18~19세기 유럽 음악)의 관습을 정리한 기술(記述)이지 자연 법칙이 아니다. 병행 5도는 록과 인상주의 음악에서 일부러 쓰고, 블루스는 속7화음을 토닉으로 쓴다. 규칙은 "이 양식처럼 들리려면"의 조건이다.
- "장조는 밝고 단조는 슬프다." 경향일 뿐이다. 빠른 템포의 단조 춤곡도, 느리고 쓸쓸한 장조 노래도 많다. 슬픔은 템포, 음역, 리듬, 문화적 학습이 함께 만든다.
- "자리바꿈은 화음을 바꾼다." 도·미·솔은 어떤 순서로 쌓아도 C 화음이다. 바뀌는 것은 저음, 곧 소리의 안정감과 진행의 매끄러움이다. 반대로 슬래시 코드 C/E는 다른 화음이 아니라 C의 1자리바꿈이다.
- "코드 기호와 로마 숫자는 같은 것이다." 코드 기호는 무엇을 칠지(절대 음높이), 로마 숫자는 조 안에서 어떤 역할인지(상대 위치)를 적는다. 같은 G7이 다 장조에서는 V7, 바 장조에서는 V7/V다.
- "감7화음의 7음은 장6도다." 소리(반음 9개)는 같지만 철자는 감7도(시♭♭)다. 철자가 3도 쌓기를 지켜야 화음이 어디로 풀리는지 읽힌다. 같은 소리를 다른 철자로 다시 읽는 것이 이명동음 전조의 원리다.
- "화성학은 클래식 전용이다." 팝의 I–V–vi–IV, 재즈의 ii–V–I와 트라이톤 대리, 영화 음악의 차용 화음 모두 같은 기능 화성 위에 서 있다. 차이는 어떤 규칙을 지키고 어떤 규칙을 버리느냐다.
핵심 자료
음이름·음정·음계·조표는 음악 기초 이론 노트, 협화·불협화와 배음의 물리는 음향학 노트, 평균율과 MIDI는 컴퓨터 음악 노트에 있다. 아래는 무료로 볼 수 있는 자료다. IMSLP의 두 원전은 저작권이 끝난 공공 저작물이다(나라마다 보호 기간이 달라 IMSLP가 파일별로 표시한다).
| 자료 | 종류 | 요지 | 링크 |
|---|---|---|---|
| Open Music Theory | 무료 교재 | 대학 음악 이론 과정 전체를 다루는 공개 교재(CC BY-SA 4.0). 대위법, 다이어토닉 화성, 반음계 화성, 재즈·팝 화성을 장별로 정리했다. | VIVA Pressbooks |
| musictheory.net Lessons | 연습 사이트 | 화음, 자리바꿈, 다이어토닉 3화음·7화음, 로마 숫자 분석, 비화성음, 종지를 짧은 그림 수업으로 보여 주고 연습 문제를 준다. | musictheory.net |
| Music Theory for the 21st-Century Classroom | 무료 교재 | 기초부터 비화성음, 숫자 저음, 부속 화음, 차용 화음, 전조, 4성부 성부 진행, 재즈 이론까지 한 권으로 다룬다. | Robert Hutchinson |
| Gradus ad Parnassum (Fux, 1725) | 공공 저작물 원전 | 종 대위법의 원전. 1725년 라틴어 초판과 독일어·프랑스어·영어 옛 번역판의 스캔, 현대 보표로 다시 적은 예제를 볼 수 있다. | IMSLP |
| 371 Vierstimmige Choralgesänge (Bach) | 공공 저작물 악보 | 바흐의 4성부 코랄 모음(1784~87년 초판). 4성부 화성과 성부 진행을 배울 때 가장 많이 분석하는 악보다. | IMSLP |
- Open Music Theory — VIVA Pressbooks
- musictheory.net Lessons — musictheory.net
- Music Theory for the 21st-Century Classroom — Robert Hutchinson
- Gradus ad Parnassum (Fux, 1725) — IMSLP
- 371 Vierstimmige Choralgesänge (Bach) — IMSLP
- Figured bass — Wikipedia
- Roman numeral analysis — Wikipedia
- Cadence — Wikipedia
- Nonchord tone — Wikipedia
- Consecutive fifths — Wikipedia
- Tritone substitution — Wikipedia
- Twelve-bar blues — Wikipedia
- Counterpoint — Wikipedia